룰루밀러의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의 첫 부분을 읽다가 열역학이라는 말이 나오는데 관련해서 모르고 있는 것 같아 정리하는 글이다.
열역학(thermodynamics)이란 물질의 상태(state) 변화에 따라 발생하는 열(heat)과 일(work)의 양을 열역학 법칙으로 정의되는 에너지와 엔트로피 등의 열역학적 변수들을 이용하여 분석하는 학문이다. 열역학 법칙은 4 법칙까지 있는데
열역학 제0 법칙: 열평형의 법칙, 열역학 제1 법칙: 에너지 보존의 법칙, 열역학 제2 법칙: 엔트로피의 법칙,열역학 제3 법칙: 네른스트-플랑크 정리, 열역학 제4 법칙: 온사게르 상반정리로 나눌 수 있다.
열역학 제 0법칙: 열평형의 법칙 - 열역학적 평형(thermodynamic equilibrium)
어떤 계의 물체 와 가 열적 평형상태에 있고, 와 가 열적 평형상태에 있으면, 와 도 열평형상태에 있다. |
이는 수식으로 다음과 같이 표현한다.
A∼B∧B∼C⇒A∼C |
서로 같은 열적 상태에 있는 양자 사이에는 에너지 교환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정도로 이해하면 된다. 얼핏 보면 매우 당연해 보이는 것이지만, 1 법칙, 2 법칙, 3 법칙이 확립된 후에야 이것이 확립되었다. 이 사실은 계의 상태나 크기 같은 것에 상관없이 절대적인 척도가 될 수 있는 어떤 열역학적 개념, 즉 온도를 확립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에 중요성이 인정되어 0 법칙이 되었다.
이것이 하나의 법칙으로 배울 필요가 없을 정도의 당연한 내용이라고 오해하는 경우가 있는데, 절대로 그렇지 않다. 만약 우리가 사는 이 우주가 A, B, C 세 물체를 접촉시켜 놓았더니 A에서 B로 에너지가 흐르고, B에서 C로 에너지가 흐르고, C에서 A로 에너지가 흐르도록 생기었다면 열역학 제0 법칙이 성립하지 않는 것이다. 세상은 에너지가 무조건 순환하게 되어 있지 않고 이변이 없다면 평형 상태를 유지하려고 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이를 우리는 "안정적이다"라고 칭하는 것. 우리가 이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것은, 단지 우리가 사는 우주가 이런 법칙을 따르는 것을 아주 오랫동안 보아왔기 때문이다. 얼마든지 예외의 경우가 있거나, 다른 우주가 존재한다면 오히려 평형 상태가 안정적인 게 아니라 에너지가 무조건 격동하고 무조건 순환하는 게 안정적인 세계일 수도 있는 것이다.
추가로, 열용량은 열 밀도라고 보아도 무방한데 열 밀도가 다르고 온도가 같은 두 물질이 접합했을 때 열교환이 없다는 이야기다. 예를 들면 물은 대기 중의 공기보다 단위 부피로도 단위 질량으로도 열량이 높다. 어떤 기준으로 보아도 밀도가 높다고 볼 수 있는데 같은 온도의 공기와 접했을 경우에 열교환이 없다. 열이 아닌 대부분의 물질은 대부분 밀도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 일반적인 사고를 열에 적용했으니 이 법칙의 발견이 늦어진 것이다. 이 법칙 자체는 당연하지도 일반적이지도 않다. 열을 특수한 경우로 생각할 수 있다.
열역학 제 1 법칙 : 에너지 보존의 법칙
직 운동 에너지와 퍼텐셜 에너지만을 고려하는 계에서, 보존력만이 작용하는 한 두 에너지의 총량은 항상 일정하다는 법칙이다. 퍼텐셜 에너지(potential energy)란 일반적으로, 퍼텐셜 에너지란 역장(force field) 속의 어떤 물체가 특정 위치에서 갖는 스칼라값이다. 즉, 퍼텐셜 에너지는 보존력(conservative force), 즉 한 위치에서 다른 위치로 물체가 이동할 때 역장이 한 일(work)이 경로에 무관한 힘에 대해서만 정의된다. 물리학이나 공학에서 어떤 계에서 물체들의 운동을 분석할 때, 마찰 등 열까지 포함하여 고려하면 물체들의 운동을 서술하는 운동방정식이 복잡해지고, 라그랑지안 등 간단하게 서술하는 데에 도움을 주는 다양한 식들을 적용하기가 어려워진다. 그래서 열에너지 등을 제외하고, 운동 에너지와 퍼텐셜 에너지만 고려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경우가 많다. 주로 언급되는 퍼텐셜 에너지는 중력 퍼텐셜 에너지, 전기 퍼텐셜 에너지(전위), 탄성 퍼텐셜 에너지 등이 있다.
열역학 제2 법칙 : 엔트로피의 법칙 : 고립계의 엔트로피는 감소하지 않는다.
만일 당신의 이론이 열역학 제2 법칙을 위배한다면, 빨리 포기하는 것이 상책이다.
그런 이론은 아무리 고집해봐야 희망이 없다. - 아서 스탠리 에딩턴 -
엔트로피(entropy)란 열역학적 계의 유용하지 않은 (일로 변환할 수 없는) 에너지의 흐름을 설명할 때 이용되는 상태 함수다. 금 더 파고들면 꼭 균등한 상태, 무질서한 상태라기보다는 가장 가능성이 높은 상태가 엔트로피의 본질이다. 예를 들어, 우유와 커피를 같은 컵에 두고 기다리면 컵 안에 있는 모든 입자가 취할 수 있는 상태 중 '균등한 커피 우유'라 부를 수 있는 상태의 수가 압도적으로 많다. 반면 우유 분자들이 컵 한구석에 뭉쳐있는 경우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극소수의 상태만을 가리킨다. 따라서 전자를 엔트로피가 높은 상태, 후자를 엔트로피가 낮은 상태라 칭한다.
실외기가 없는 에어컨은 존재할 수 없다. 열역학 제2 법칙상, 실내 온도를 낮추려고 노력하면 반드시 생산되는 냉기보다 더 많은 열이 발생하기 때문에 이 열을 바깥으로 배출하기 위한 장치가 어떠한 형태로든 반드시 존재해야만 한다. 가끔 스포츠신문이나 케이블 채널에서 '실외기 없는 에어컨'이라는 이름으로 광고하는 물건을 볼 수 있는데, 이 역시 일반적인 에어컨의 실외기를 대체하기 위한 열 교환 방식이 꼭 필요하다. 예를 들어 수랭식 에어컨의 경우 냉매를 물로 식혀주며, 따라서 열을 받아 따뜻해진 물이 하수구를 통해 집 밖으로 배출된다. 이동식 에어컨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냉매를 순환시키기 위한 모든 부품이 에어컨 내부에 들어있어 이동 설치가 용이하지만, 배기 덕트를 창문을 통해 달아주는 등의 방식으로 더워진 공기를 반드시 실외로 빼내야 한다. 결국 열 교환 방식의 차이만 있을 뿐 냉매를 이용해 실내 공기가 가진 열을 외부로 빼낸다는 원리는 동일하며, 따라서 집 안의 공기는 시원해져도 무엇이 됐든 집 안의 공기가 아닌 무언가는 반드시 더 더워진다.
프랑스의 공학자 사디 카르노는 일 효율성을 최대로 만드는 가상의 기관인 카르노 기관을 제안한다. 후에 이 카르노 기관을 켈빈 경과 루돌프 클라우지우스 등의 물리학자가 연구하여 정립한 개념이 열역학 제2 법칙이다. 열역학 제2 법칙에서는 엔트로피라는 개념을 사용한다. 처음 이 개념이 도입될 당시 엔트로피의 정의는 수학적으로 오직 미소 변화에 대해서만 정의가 내려졌기 때문에, 엔트로피 변화를 다룰 수는 있었지만 정작 그 엔트로피가 실제 자연현상에서 어떤 물리적 현상에 대응하는 것인지에 대해 엄밀하게 나타내지 못했다. 루트비히 볼츠만이 이 엔트로피의 미시적 의미를 통계 역학적 관점에서 완전히 재정립하여 현대 열역학에 이르게 된다.
여기서 말하는 엔트로피란 무질서도를 나타낸다. 그렇기에 반대로 이해하는 것이 좀 더 쉬운데, 질서가 갖춰진 상태가 엔트로피가 낮은 것이며 반대의 경우가 높은 것이다. 무질서하다는 것은 다르게 말하면 무차별하다는 것과도 같다. 즉 우리의 몸처럼 입자가 일정한 규칙에 따라 모여있는 것도 엔트로피가 낮은 상태라고 볼 수 있다. 그렇기에 사실 엔트로피가 무질서함의 정도라는 말은 정확히 표현하면 엔트로피가 높아지면 궁극적으로는 모든 좌표가 균일한, 평형 상태로 나아가게 된다는 의미로 해석해야 한다.
엔트로피에 대한 또 다른 해석은 에너지의 쓸모이다. 무질서한 에너지는 활용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가장 활용하기 어려운 에너지는 바로 열이다. 열은 온도를 제외하면 그 어떤 방향성도 없이 접촉한 공간을 통해 방출/복사되는 무질서한 에너지다. 그렇기에 어떤 에너지가 열로 변환된다면 엔트로피는 증가한다. 그런데 주변을 살펴보면, 거의 모든 에너지가 열에너지로 변환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온혈동물도 신진대사를 통해 열을 방출하고, 전기기관도 열을 방출하며 태양도 핵융합으로 질량을 열로 전환한다. 2 법칙 자체에 의해 어떤 에너지를 열로 변환시키는 것은 아주 간단하다. 에너지 자체가 열로 바뀌려는 방향성을 가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열에너지를 다른 에너지로 전환(=엔트로피를 감소)하기 위해서는 외부에서 에너지를 투입해야 한다. 그러나 열을 다른 에너지로 바꿔 먹은 양보다 더 많은 에너지가 열에너지로 변환되는 과정이 반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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